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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냥꼼냠일기/읽은책이야기

[나에게 고맙다 - 전승환 에세이] 내가 읽은 책리뷰

by 꼼ㅡ 2024. 1. 24.

오늘은...

2024년 1월 24일, 4시간 정도 만에 후딱 다 읽은 책리뷰를 쓰려고 한다

막 마음에 와닿고 신나서 후다닥 읽은 것은 아니었는데, 진짜 너무 빨리 다 읽어버려서 당황했을 정도다........

 

프롤로그를 보면서 너무 기대했기 때문일까, 사실 나에게 맞는 책은 아닌 듯싶었다

너무 추상적인 단어들로 두리뭉실하게 써 내려간 내용들이 너무 많았고, 에세이보다는 시집의 느낌이 많이 났다

문학적인 감성이 부족한 것인지 개인적으로는 너무 함축적인 내용들이 잔뜩 들어있는 시집도 별로 선호하지 않는 문학 장르 중 하나인데, 둥둥 떠다니는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서 오히려 와닿는 부분이 적었던 것 같다

그리고 20세기의 자기 계발서(?)라고 해야 할까, 내가 20대 초반에 유행했던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자기 계발서와 정반대의 느낌으로 '아프니까 참지 말고 울어도 돼'와 같은 내용이 주를 이루는 듯했다

책 전반의 내용으로 상담이 이루어진다거나 누군가로부터 책 글귀를 전해 듣는다면 감동이 더했을 것 같은데, 나에게 유달리 와닿지 않았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이어서 그런지 나에게만큼은 큰 위로와 감동이 없었다

 

그래도 책 읽어주는 남자로 오랫동안 활동한 전승환 작가의 책이어서 그런지 프롤로그에서부터 많은 독자들의 칭찬이 많았다 어쩌면 그 때문에 너무 큰 기대를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오히려 책 본문의 내용보다 에필로그에서의 작가의 말이 더 와닿았다

 

 

기억에 남았던 문장

 

 

[나는 다양한 곳을 여행하면서 게으름이 때로는 삶을 윤기 있게 해준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부지런히 이곳저곳을 다니며 많은 것을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한곳에서 유유자적 게으르게 다녀보는 것도 좋다.]

나는 시간을 분단위로 쪼개서 여행 계획을 계획하고 실행하면서 여행지 한 곳이라도 더 보며 여행하는 것을 좋아했었다

남편을 만나고 조금이나마 유유자적하게 여유를 즐기며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는 것에 대한 매력도 느끼고 있지만, 성격상 다양한 곳을 더 많이 보고 여행하는 것이 여전히 좋다

다만, 그 즐거움도 모르지 않아서 가끔은 조금 쉬어갈 수도 있게 되긴 한 것 같다

 

[나는 당신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갖기를 바란다. 꼭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그저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큰 에너지가 채워진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외롭고 슬픈 감정에서 벗어나려고 사람들과의 만남만 늘릴 수록, 나만 알고 있는 진짜 내 모습에 더 서글퍼질 뿐이다.]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면서 공감이 되면서도 공감이 되지 않았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듯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에너지가 소비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일부러 외롭고 슬픈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과의 만남을 무조건적으로 늘리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겠지만, 조금 쉬어갈 여유가 필요하듯이 잠시 그 외로움을 느껴봐도 괜찮다고 이야기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김으로써 에너지를 얻는 사람에게도, 혼자만의 시간이 불편하지만 외로움을 온전히 느껴볼 필요가 있는 사람에게도 그 시간은 필요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한다

나만 알고 있는 진짜 내 모습에는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서글퍼지게 할 수 있다

 

[이제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는 걸 안다. 어딘가에는 분명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배운 일종의 면역이다.]

너무나도 많이 들었고, 많이들 알고는 있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많이 듣고, 많이들 알고 있어도 몸소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부분인 것 같다

이 책에선 이런 많이 들었고, 많이들 알고 있을 법한 문장들이 많다

마치 '상담과목의 교과서가 있다면 이런 내용들로 구성될까' 싶은 부분들이 참 많았다

너무 교과서 같아서 그랬던 것인지 더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가 함께한 추억이 세상 사는 기억으로 옅어질지라도 서로 만나면 밤늦도록 옛 추억거리로 진한 향기 풍기는 라일락 같은 친구로 남아 있자.]

딱 이 부분을 읽는데 생각나는 친구가 있었다

처음 독립을 하고 남편은 해외로 출장 가서 혼자 시간을 보냈었을 때, 하루는 친구가 우리집에 와서 밤새 떠들고 놀다가 자고 간 적이 있었다

만나면 몇 번씩이나 했던 이야기들 같은데도, 고등학생 때의 이야기를 추억하며 12시가 넘어서도, 침대에 누워서 새벽 3시가 넘도록 반쯤 기절하기 직전의 상태로 그렇게 같이 떠들었던 기억이 있다

1년에 많아야 한 두 번 만나는 친구지만, 이제 15년도 더 된 우리의 고등학생 때를 추억하는 것 꽤나 재밌었다

앞으로 자주 보는 것은 더 어려워질지 모르겠지만, 언제라도 추억 이야기 하면서 지금과 같은 사이로 남길 바랄 뿐이다

 

[첫눈 올 때 만나자는 말은, 일 년 중 가장 특별한 순간을 그 날로 한정짓는 것 같으니까, 우리가 함께한 매 순간의 소중함을 간직하고 싶다.]

나와 남편은 6년을 연애하고 결혼을 했다

남편은 안타깝게도(?) 첫사랑이 나였고, 그렇게 나와 결혼을 했다

그런 남편에게 처음 사귄 날, 첫 100일, 첫 1주년처럼 처음인 것들을 계속해서 축하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기념일이 늘어갈수록 축하해야 할 날들이 많아졌고 이제 그냥 매일매일이 다 축하해야할 날들 같다

우리가 함께한 9년 안에 언젠가 껴있는 특별한 날이었지 않았을까 하고 그냥 그렇게 우리가 함께한 매 순간순간이 하나같이 다 소중해졌다

 

[고작 하루가 엉망진창이었다고 내 인생 전체가 꼬인 것도 아닌데 하나가 어긋나고 두 개가 어긋나고 점점 하루가 잘못되어 갈 때는 늘 걱정이 앞선다.]

나는 참 이상한 부분에서 완벽주의자다

결벽증 환자도 아니면서 이상한 부분에서 결벽증 환자처럼 어쩌면 그보다 더 심하게 완벽을 추구하곤 한다

특히, 여행을 다닐 때 그랬었는데, 고작 일정하나 틀어진 것으로 세상 서럽게 울며 속상해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다고 여행 전체를 망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걸 알게 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남편으로부터 이제는 조금 틀어지더라도 다음을 기약하는 법을 배웠다

다음에 또 오면 되지, 그다음은 잘하겠지

그리고 남편도 일을 하다가 실수를 해서 자책을 할 때면, 그렇게 나도 되돌려준다

다음엔 잘할 거야, 그다음은 잘하면 되지

우리는 그렇게 같이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날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날 사랑할 수 있게 애쓰는 사람이 아니라

 

날 사랑할 이유를 만드는 사람

날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람

있는 그대로 예쁘다 말해주는

지금의 모습을 아껴줄 수 있는

서로의 성장을 이끌어주는 사람

 

상대의 너그러움이 나의 단점을 덮어주는

상대의 착함이 나의 이기심을 안아주는

온 마음을 다 하는 그런 사람]

이 구절을 보면서 남편이 참 많이 생각났다

내 남편은 참 좋은 사람이고 어디에 내놔도 좋은 남편이다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이다

솔직히 이런 남편 만나서 참 좋다

 

 

리뷰를 쓰면서 어쩌면 내가 남편을 통해 너무 많이 위로를 받아와서 책을 읽었을 땐 그다지 와닿은 게 없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힘이 될 수 있는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나에게 고맙다 책사진

 

나의 자존감 지킴이, 남편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