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4년 1월 6일, 집들이가 있었다.......!
남편의 친구들이자 나의 후배들이 입주축하 겸 인천으로 상경했다
점심시간쯤 와서 저녁시간쯤까지 알콜 없이 진짜 신나게 떠들기만 하고 갔다
집들이할 때마다 매번 아쉬운 게, 다 같이 사진 한 번 찍어야지 하고 한 번도 찍은 적이 없다.......
요즘 여유가 있을 때면 선물이자 나눔 받은 책을 읽으려고 하고 있다
제목만 보고 받아온 책들인데, 받아온 김에 요즘 안 했던 독서를 해보고자 하려는 것이다!
원래는 책을 읽고서 후기를 적어보려고 했었는데, 정독을 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내용이 마음깊이 울렸던 부분이 없어서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요즘 나의 기억력이 퇴화되고 있는 것일까? 막상 책을 읽고 나니 기억에 남는 내용이 딱히 없는 듯하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들었던 글귀를 중심으로 내 생각이나 정리해 보려고 한다
마음에 들었던 문장
[그날 이후 나는 많은 경우에 일을 대할 때 간절히 원하지 않는다. 목적지를 설정하고 전속력으로 달릴 때보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느긋하게 걸어갈 때 더 즐겁고 얻는 것도 많음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어느샌가부터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라는 말을 원하는 일이 생길 때마다 쓰곤 했던 것 같다
원하는 일이라면 하나서부터 열까지 다 준비하여 원하는 바를 계획하고 성취했을 때, 그리고 그 결과가 더 빨리 성취됐을 때, 기쁘다고 생각했었다
남편을 만나고 오랜 시간 같이 시간을 보내며 조금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느긋하게 걸어가는 방법을 배웠다
여전히 조금이라도 빨리 도달하고 성취하기 위해 조급해하기도 하고 아직은 느긋함의 즐거움이 더 크다는 부분에서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조금씩 그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는 와중에 이런 글귀를 보니 조금 더 느긋해도 된다고 한 번 더 이야기해주는 듯했다
[잊힌 기억을 돈 쓴 기록을 통해서만 소생해 낼 수 있다니! 만약 내가 그날 하루 종일 신용카드를 긁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그날의 기억은 영원히 되살아나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비단 평소의 일상이 아니라 계획한 여행을 다녀와서도 한참 뒤에 여행을 되돌아봤을 때, 카드 내역서 없이는 그 여행을 기억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이 문장을 읽으면서 공감했다
우리는 여행하며 사진을 많이 찍고, 그 사진들을 잘 모아두다 보니 다행히도 사진을 보며 여행들을 추억하곤 한다
그래도 카드내역서, 사진 이런 것에 의지하지 않고도 정말 몸소 느끼고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여행이 정말 좋은 여행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여행이 좋아서 여행이 가는 게 아닌 사진을 찍으러 여행을 가는 듯 해졌다
그저 계획에 맞춰 후다닥 보내는 여행이 아닌 조금 더 그 시간 자체를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여행이 되도록 노력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배려를 혼자서 하고 있었고, 나의 행동은 점점 더 소심해졌다.]
이 문장 앞의 내용은 작가가 프리랜서가 된 후, 사람들의 뜸해진 연락이 본인은 너무 여유롭고 다른 사람들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느라 그렇다고 합리화하는 내용이었다
나 또한 회사를 그만두고 주변 사람들과의 연락이 오히려 뜸해졌다
사실은 정말 잘 지내고 있는데, 괜히 이 시간쯤 연락하면 내가 너무 잉여인간으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자, 바쁜 시간대에 연락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면 회사를 다녔을 때가 훨씬 잉여인간 같았고, 정말 배려도 없이 아무 시간대에나 연락했지 않았나 싶다
[미용사가 말을 걸까 봐 지그시 눈을 감고 있거나 자는 척을 한다는 사람.]
모르는 사람들과도 잘 대화하지만,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불편하다
주기적으로 보면서도 모르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 바로 우리가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미용실 실장님이다
머리를 하는 시간은 왜 이렇게 길고 미용실 안은 왜 이리 적막한 지, 지그시 눈을 감고 있어도 말을 거는 실장님의 대화에 아무렇지 않은 척 대화를 이어가지만, 머리를 할 때마다 왜 이렇게 부담스러운지 모르겠다
나만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괜히 다행이다
[강남과 한남동, 남산을 거쳐 광화문과 서울역까지 섭렵할 수 있는 402번, 잠실과 코엑스와 압구정을 찍고, 한강이 보이는 길을 따라 노량진을 거쳐 여의도를 가로지를 수 있는 362번은 실속 만점이다. 특히 402번은 남산을 가볍게 올라갔다 내려오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꽤 멋진 경치를 관람할 수 있다. 참고로 이때 서울역 방향으로 갈 때는 왼쪽 라인, 반대의 경우 오른쪽 라인에 앉아야 한다.]
몇몇 지방으로 여행을 갔을 때,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그 지역을 여행하곤 했다
서울에서도 시티투어버스 타보는 것을 고민해보기도 했다
시내버스를 타고 시티투어를 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발상이었는데, 남산-광화문-서울역 코스라든지 잠실-코엑스-압구정-한강(노량진)-여의도 코스라든지는 꽤나 괜찮을 것 같은 노선인 것 같다!
버스 멀미를 할 것 같은 남편과 바깥 구경도 하고 아무 정류장에서 내려서 걸어보기도 하고 그런 경험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다
멀지 않은 시일 내에 혹은 벚꽃이 필 무렵 관람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겠다!
[세상에는 잘 보이지 않을 뿐 나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알게 모르게 서로 연결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나는 심각한 수준의, 어쩌면 병적인 수준의 프로 계획러이다
MBTI로 설명하자면 J가 99.9999% 정도 나올 거라고 다들 얘기한다
계획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정말 1부터 100까지를 넘어 101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하에 계획을 세워야 하는 사람이다
어쩌면 특별한 능력(?) 일지도 모르겠지만, 정도를 지나친 계획을 세우는 나를 보며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경험을 여러 번 겪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나를 이상하고 대단하게 생각하지만, 그래도 어딘가에는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을 만나보고 싶어졌다!
[보통 이런 경우 글의 흐름상 바닥을 찍고 지옥을 경험하는 전개가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프리랜서가 된 작가를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의 경우 대부분 바닥을 찍고 지옥을 경험하는 굴곡을 이겨내고 멋지게 성공하여 책을 집필했다는 내용이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작가에게는 그런 굴곡은 없었다고 한다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자소서(자기소개서)에서 작성하는 실패했던 경험, 이겨냈던 경험이 흔하게 찾아올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 내용을 작성하기 위해 실패정도 1의 경험을 실패정도 100의 경험으로 부풀리게 된다는 것도 말이다
그리고 막상 겪어보니 그런 굴곡 없이도 생각보다 잘 살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걷기의 매력은 '언제든 멈출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나도 걷기를 좋아해서 혼자서 시간을 보낼 때나 여행을 가서도 많이 걷곤 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나는 언제든 멈출 수 있는 걷기의 매력을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하염없이 계속 걷고, 앉아서 쉬거나 잠시 멈춰가는 일 없이 그저 걷기만 해서 다리에 무리가 오는 일이 많았다
나에게 걷기란 다리를 혹사시키더라도 쉬지 않고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음에 있었던 것 같다
작은 길, 좁은 길, 높은 길, 험한 길 어디라도 두 다리로 갈 수 있다는 것 또한 매력적인 일이다
그래도 앞으론 걷는 시간이 많아질 때마다 잠시나마 혹사한 다리가 쉬어갈 수 있게 언제든 멈출 수 있다는 작가가 말했던 걷기의 매력을 떠올릴 필요도 있을듯하다
[나는 한 대의 모니터를 사기 위해, 수십 대에서 수백 대에 달하는 모니터의 스펙을 훑어 봐야 하는 성격이다.]
이 문장을 보고 '나와 똑같은 사람이 있다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곱씹어 생각해 보니 생각보다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택장애, 결정장애가 심각한 나는 한 대의 모니터를 사기 위해, 수십 대에서 수백 대에 달하는 모니터의 스펙을 훑어보고, 그 스펙들을 비교 정리까지 하고도 최종 선택, 결정을 남편에게 미룬다.............
찾아본 정보들을 줄줄 외울 수 있을 정도이면서도 결국에 최종적으로 무엇이 좋을지에 대한 확신은 갖지 못한 편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최종 선택, 결정에 가까워지고자 하는 노력으로 그렇게 많은 정보를 찾아봤던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해 봤다.............. 그래서 스스로 감당해야 할 선택, 결정을 이런 방대한 정보 없이도 할 수 있는 용기가 가끔은 부럽다
[현재 무언가 불편하다는 것은 앞으로 나아질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이 문장을 보면서 불편함을 느껴야 나아질 수도 있다고 의미하는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나는 불편함을 느끼는 것보다는 불편함 자체를 수용하는 편이다
'불편할 수 있지만 감당 가능한 수준이다' 라든지 '뭐 이 정도는 불편한 것도 아니지' 와 같이 말이다
작가의 말과 반대로 생각해 보자면 불편함을 못 느낀다는 것은 어쩌면 지금이 가장 좋은 상태인 것은 아닐까?
지금 이대로 만족하고 살 수 있는 데, 불편함을 찾아서까지 나아져야 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나이 든 건가 싶기도 하다....................
[굉장히 부끄러운 생각이지만, 당시 나는 평일 낮에는 모든 사람이 일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얼마 전까지의 나의 생활이 그랬으니까.]
나는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연차를 알차게 썼고, 틈틈이 반차도 알차게 썼다
낮시간 동안 외부활동을 한 시간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평일 낮에는 모든 사람이 일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연차, 반차 시간 동안 외부활동을 하며 사람들이 나를 백수 나부랭이로 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왜 그랬을까......?
지금 생각해도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지금 생각해 보기를 눈앞만 바라봤던 꿩은 아니었을까......
머리만 숨기고선 다 숨었다고 생각하는 꿩처럼, 내가 평일 낮에 일하면 모든 사람이 일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평일 낮에 일을 안 하면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일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그런 1차원적인 생각.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도 평일 낮 시간대에 돌아다닐 때면 누군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눈치를 살피기도 한다.......
정말 나는 왜 그럴까.........?
속에 생각했던 것들이 책 속에 적혀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