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4년 1월 23일, 새벽같이 남편은 출근했다
요즘 출장이 잦아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집에만 있는데도 뭐가 이리 바쁜지 남편을 기다리는 시간이 마냥 널널하지만은 않다
당연히 남편이 없는 시간이 좋을 리는 없지만, 남편이 늦게 오는 덕분에(?) 독서 시간이 늘어나곤 한다
새집에 입주하고 벌써 4권의 책을 읽었다
일주일에 1권 꼴이니 많은 양은 아니지만, 꼬박꼬박 습관을 들이는 중인 것 같아서 뿌듯하다
이번에 읽은 책도 상당히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던 책이다
나는 수필과 에세이 같은 글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만 해도 자기 계발서처럼 스스로에게 위로를 해주고 자존감을 올려주는 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보다는 작가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해 서술하는 부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도 많았지만, 한 편으론 요즘 많이들 말하는 페미니스트의 성향이 이런 걸까 싶은 생각도 드는 단어, 어휘, 어구들이 있었다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어서 책을 끝까지 다 읽는 데까지 불편한 부분은 없었다
기억에 남았던 문장
[진정 나를 사랑한다면 나의 성장을 지지할 거라는 믿음]
나는 남편과 사귄 지 2년 정도 되었을 무렵, 1년 정도 해외에서 워킹홀리데이와 어학연수를 갔었다
그때 당시 남편은 공시생이었고, 어차피 자주 보지도 못하는데, 서로를 위해서도 괜찮은 선택이라고 했다
남친 의존도가 상당했던 나는 호주와 유럽에서 엄청 힘들기도 했지만, 혼자서 보내는 시간을 잘 쓰고 더 많이 보고 경험하고 왔던 것 같다
1년씩이나 못 보면 소원해지는 것 아니냐든지, 딴마음먹는 것 아니냐든지 같은 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 정말 올곧이 우리 둘 다 본인을 위해 아낌없이 집중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혼자 있을 때의 나 자신보다 그와 함께 있을 때의 내 모습을 더 좋아한다는 거다.]
호주와 유럽에 있었던 1년을 제외하고 나는 남편과 떨어지기를 상당히 싫어하는 껌딱지가 되었다
남자친구보다는 친구를 더 좋아하고 자주 만나서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이제는 친구들과는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것이 아니면 보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고 남편과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가장 좋다
5살 먹은 어린애 같은 장난을 쳐도 맞장구 쳐주는 남편이 좋고, 동생들은 나이가 몇 개냐고 핀잔을 줘도 둘이 함께할 때가 가장 즐겁다
[남자가 여자에게 푹 빠져서 "사랑한다. 사귀자." 고백하고 여자는 마지못해 승낙하는 그림 말이다.]
우리 부부는 내가 25살 때, 남편이 23살 때, 처음 사귀고 연애를 시작했다
어쩌면 30살이 넘어서 만났다면, 서로 재고 따지다가 남편처럼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20대였기에 남편이 나에게 푹 빠져서 고백하는 경험도, 내가 남편의 고백을 못 이기는 척 승낙하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참, 책 속에나 있을 법한 로맨스를 덕분에 겪어본 것 같다
["그가 나를 사랑한다는 건 의심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왜 그런 행동을 할까요?"라는 말을 듣고 감탄한 적이 있다.]
이 문장은 남편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구절이었다
나는 남편이 어떠한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할 때,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서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남편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 의심해 본적은 없다
그냥 서운한 행동을 했을 뿐, 그 행동이 남편의 사랑에 대한 불신 같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남편에게 가끔 거친 언행을 할 때, 남편은 상당히 상처받은 듯한 행동을 하며 사랑받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에 대해 걱정하는 듯한 말을 했던 적이 있다
나의 믿음이 부족했던 것일까, 스스로 되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스스로를 챙기고 쉽게 흔들리지 않는 지표로서 존재해 주는 것도 중요한 배려다.]
남편은 여러 면에서 참 배려가 많은 사람이다
나보다 2살이나 어리지만, 항상 든든한 지지자이자 버팀목이다
내가 2년이나 더 살았지만, 남편을 보다 보면 배울 것이 참 많은 사람이라고 느낀다
말로는 나도 항상 든든한 지지자이자 버팀목이 되어주겠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주변 사람으로서 이렇게 주의를 줄 수 있다. "네가 더 사랑하는 것 같아."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늘 스포츠에 임하듯 '누가 누구를 더 사랑하는가' 따지고 그게 오히려 멀쩡한 관계조차 망치는 원인이 된다는 거다.]
실제로 나에게도 이런 경험이 있었다
전 연인과의 관계에서 전 연인의 친구들이 나와 전 연인 사이에 대하여 '누가 누구를 더 사랑하는가' 판단하고 전 연인이 지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지지 않도록 전 연인을 보챘었다
전 연인도 본인이 더 사랑한다고 생각했는지, "나만 사랑하는 것 같아." 라고 말하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전 연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나는 내대로 그 상황에 최선을 다했었다
결국 전 연인과의 멀쩡했던 관계를 망친 것은 전 연인의 친구들과 그들 말에 놀아난 전 연인이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덕분에 지금의 남편을 만났으니 감사해야 했던 부분일까
[연애를 게임으로 보는 관점은 '밀당'이라는 기이한 문화를 만들어 냈다. 사랑하면 더 아끼고 잘해 줘도 부족할 판에 오히려 냉정하게 굴고 밀어낸다. 이 무슨 시간 낭비란 말인가.]
남편과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잘 맞았다
사랑하면 더 아끼고 잘해 줘도 부족할 판에 밀당이 무슨 말인가 싶었던 우리는 그냥 서로 아낌없이 좋아했다
그렇게 밀당을 못하다가는 금세 질려버린다는 말도 믿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그 밀당 없이는 안될 연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밀당이 없는 연애가 더 잘 맞았다
모두에게 맞는 말은 아닐지 모르지만,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밀당을 권하지 않는다
밀당을 하지 않아서 헤어질 사람이라면 그냥 헤어질 운명이었거라고 그냥 자체가 좋은 사람을 만나라고
[상처는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고, 그것을 극복한 경험은 너를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유치한 밀고 당기기나 두려움 없는 진정 '좋은 연애'를 가능하게 해 줄 것이며, 무모한 열정과 중독, 소유욕 등 사랑과 흔히 혼동되는 것들에 내성을 길러 줄 테고, 두고두고 네 삶의 힘이 될 거라고.]
어려서부터 나는 사랑에 굉장히 의존적인 사람이었고, 자존감이 바닥을 치며 연애를 해왔던 것 같다
그렇게 상처를 극복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어서 좋은 연애를 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우연히 좋은 사람이 나에게 왔고 그 타이밍에 나는 그 사람을 받아들였을 뿐
좋은 사람을 만나니 좋은 연애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렇게 좋은 연애를 하고 보니 자존감 높이는 책 10권을 읽는 것보다 더 자연스럽게 자존감이 올라가게 되었다
내 남편은 그렇게 좋은 사람이고 덕분에 참 좋은 연애를 거쳐 좋은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모두가 자기 수준에 맞는 사람을 만나기 마련이다. 통장 잔고가 아니라 생각의 수준이 같은 사람 말이다.]
'끼리끼리 만난다' 라는 말이 있다
언제부턴가 나는 이 말이 참 좋아졌다
내 남편은 나보다 경제활동도 늦게 시작했고, 그래서 내가 번 돈으로 연애를 꽤 오랜 시간동안 했다
그때는 어렸기에 경제활동도 안 했던 남편을 만난 것이 아닐까 생각했고,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다 보면 '대단하다.', '너는 더 잘해야 한다.' 와 같은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결국 돈은 내가 벌다가도 남편이 벌 수 있고 그렇게 서로가 의지하기도 하고 의지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하면서 더욱 깊어지고 단단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남편이 참 좋은 사람이라서 나도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정말 기분이 좋다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끼리는 서로를 알아보기 마련이다.]
입주하고 고등학생 때부터 친구였던 친구들을 초대해 집들이를 하면서 보니 성격은 모두 다르지만 참 비슷한 친구들을 모아놓은 기분이 들었다
다 모아놓고 보니 모두 장남, 장녀였고, 다 모아놓고 보니 모두 가정환경에 흠집 하나씩은 있었다
놓고 보니 비슷하다 싶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이렇게 가까워졌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게 힘들었던 고등학생 시절을 같이 겪어냈고, 파란만장했던 20대도 겪어냈고, 벌써 그렇게 친구들과 17년이 되었다
이제 참 오래된 친구들이다
[출산과 출세가 양립할 수 없도록 만드는 사회 분위기, 저 정도 경력을 가진 전문가에게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출산 기계 취급하면서 아무나 시아비가 되어 '네가 나라를 말아먹으려고 애를 안 낳느냐' 호통치는 이 강고한 가부장제와 낮은 인권 의식이야말로 출산율 저하의 원인이라는 걸 정말 모르는걸까.]
처음 취업을 하고 직장을 다니며 일을 했을 때는 출산과 출세가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싶었다
일을 하면서도 출산을 할 수 있고, 나도 당연히 그쯤은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막상 임신을 준비하고 이직을 고민하고 보니 출산율 저하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나 조차도 당사자에 가까워지기 전까지는 사실상 체감하지 못했다
결국 출산율 저하의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도 같은 것이 아닐까? 체감하지 않을 사람이 법을 만들고 혜택을 주기 때문에 당사자들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아 출산율 저하는 여전한 것이 아닐까
알면 알 수록 출산율 저하인 이유가 있더라....................하핳
['아들은 귀하고 딸은 천하다'는 믿음이 한국인의 의식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 같지는 않다.]
요즘은 딸도 많이 귀해졌고, 딸을 낳고자 하는 가정도 늘어났지만, 여전히 아들을 딸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집안들이 여전히 혼재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세대로 갈수록 덜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가부장적 가정의 모습을 이어가는 집안도 적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집은 딸만 셋이어서 어쩌면 차별에서 조금은 자유로웠을 수 있지만, 아빠세대, 할머니세대로부터 아낌없는 사랑은 받지 못했었다
성장하면서 세대가 바뀌고 딸이 많아 좋겠다고 듣기엔, 너무 많이 틀어져버린 관계에 그저 마냥 딸이라서 잘하고 싶은 마음도 무작정 들지는 않게 되었다
한 번은 아빠가 '딸들이 많아서 좋겠다' 는 지인의 말에 '다 커서 그렇지도 않다' 면서 서운함을 토로했는데, 아들 없이 딸만 셋을 낳으면서 서운해했던 아빠에게 되돌려주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좋은 시간 없었던 유년시절을 겪고 좋은 시절을 돌려주기엔 나는 속이 좀 좁다
['여자는 언제 임신해서 애 키운다고 일을 중단할지 모르니까' 하고 못미더워한다. 그러니 여자를 덜 뽑고 덜 키운다.]
입주 준비를 하고, 이직을 미루면서 자연스럽게 경력단절이 되었다
임신 준비를 하려고 보니 이직은 더 먼나라 이야기만 같다
회사에서 '여자는 언제 임신해서 애 키운다고 일을 중단할지 모르니까' 하고 못 미더워하듯이, 스스로도 '이제 다시 이직하면 육아휴직은? 출산휴가는?' 하는 생각에 우려가 크다
이제까지의 커리어는 잊고 새로운 커리어를 쌓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뭐가 좋을지는 정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나는 마흔 살에는 마흔 살답게 아름답고, 쉰 살에는 쉴 살답게 아름답고 싶다.]
나는 꾸미는 것에 관심을 갖지도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않는다
우리 부모님은 그런 나를 자연스럽게 인정해 주셨고, 딸만 셋이지만 우리는 각자의 개성대로 성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딸이 없는 우리 시부모님이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으시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부모님이 아닌 친척들이 나의 외모에 관심이 많다
'쌍꺼풀만 하면 참 좋을 텐데' 라는 말을 20살이 되기도 한참 전부터 들어왔다
한 때 어려서는 정말 싫을 때도 있었지만, 이제 나는 그냥 작고 웃을 때 초승달이 되는 내 눈이 좋다
내 남편도 괜찮다는데, 참 고맙지 않은 관심이다
몇 살을 먹든 굳이 이뻐 보이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냥 존재 자체를 이뻐해 주는 남편이 있으니 충분한 게 아닐까
나는 나를 사랑한다로 시작해서 남편이 짱이다로 끝난 책